나는 장관급 '영어교육부'(英語敎育部)의 신설을 제안한다. 대한민국에서 영어에 관한 한 일체를 한 곳에서 해결해주는 정부 부서다. 새 정부가 '알뜰-유능한 정부'를 지향하는 마당에, 수십 개 과목 중 하나에 불과한 '영어교육부'가 웬말이냐라면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무지가 아닐까 한다. 유치원생에서 직장인, 심지어 70대까지 전 국민이 영어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2006년 11월 15일) 자료에 의하면, 공교육을 제외한 영어 관련 국내투자비용만 15조원, 토익·토플 평가시험만 7000억원, 교육예산(30조1000억원) 대비 영어 관련 사교육비는 47.5%다. 물론 해외유학 및 연수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이 부서의 효과는 규모면, 경제면, 실용면에서 그 어떤 부서보다 뒤지지 않을 것이다.
영어교육부(가칭)의 최우선 과제는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 마련이다. 지난해 7월 30일 교육인적자원부는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독자 개발, 2009년 중고생, 2011년 일반으로 확대 실시해 토익·토플로 인한 외화유출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수능영어 대체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 했다. 이 시험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눈에는 교육부 안(案)처럼 교육현장과 국제현실을 무시한 졸속 발상이 없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문제는 과연 누가 만들 것인가? 토플/토익은 ETS 석박사급 10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문제 개발에 투입된다. 반면, 일부 국산 영어평가시험들은 짜깁기 출제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교육 대업은 기업체, 대학, 사설학원, 단체 등 각종 이해 집단을 원천 봉쇄하고 국가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서울대가 개발한 TEPS시험이 우수하면 뭐하나? 타 대학에서 그걸 인정하는가? 그것이 TEPS의 한계다. 이런 집단 이기(利己) 속에서는 토플 대란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
다음, 시행 시기와 준비 기간 문제다. 2009년 도입하여 2년 뒤인 2011년 일반으로 확대 실시하는 시험은 한 마디로 초(超)날림공사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토플(1964년)은 반세기 역사, 토익(1979년)은 4반세기 역사, 심지어 토종영어시험 텝스(1999년)조차 7년의 개발 기간과 8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1963년 개발된 일본의 국가영어검정시험 에이켄(英檢: STEP)은 매년 250만 명씩 응시하여 연인원 7000만 명에 이르는데, 국제인증을 받는 데 30년 이상 걸렸다. 교육은 100년 대계가 아니던가?
영어교육부의 지상목표는 '양질의 교사 양성'이다. 이것만 가능하면 교육대국 싱가포르가 부럽지 않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주당 고작 1~2시간 영어를 가르치는 흉내만 낸다. 오지, 낙도, 시골에 파견될 원어민 교사의 자격은 어떻게 검증하나? 전국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원어민 교사. 그러나 이젠 원어민 교사에 대한 맹목적 동경을 버리자. 더 필요한 것은 교사다운 교사다.
희망은 있다. 넘쳐나는 국내의 현직 및 잠재적 영어교사들. 이들을 철저히 교육시켜 자급자족시키면 된다. 높은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교사의 질이 향상된다. 성과 및 성실성을 휴가, 연봉에 연동해도 좋다. 교원평가제는 절대적이다. 점수가 낮은 사람에게는 회생 기회를 주되 개선되지 않는다면 즉시 퇴출시킨다. 복지부동 교육에는 '퇴출'만큼 좋은 치료제가 없지만, 이 치료제는 반드시 시대착오적 평등지상주의, 집단이기주의 등의 반작용을 수반한다. 이 반작용을 두려워 않고 과감하게 영어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당선자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이익훈 이익훈어학원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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