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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소식

주목할 만한 핀란드의 영어교육

[‘포용교육’ 현장을 가다](5)핀란드-영어, 사교육비란 없다
입력: 2007년 11월 05일 17:51:08
 
지난 9월10일 핀란드 헬싱키 시내 위라아스텐 중학교를 찾았다. 헬싱키대 인근의 이 학교는 설립된 지 101년 된 유서깊은 곳이다. 7학년(한국의 중1에 해당) 1반 2교시 영어 수업시간을 참관했다. 간혹 핀란드말이 나왔지만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영어 CD를 듣고, 안나 마리 카아스토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선생님이 지목한 학생들은 칠판에 영어 작문을 했고, 선생님은 틀린 부분을 수정해 주며 영어 문법에 대해 설명을 하는 식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 안나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학생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가졌다.

학원 등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지만 학생 22명 중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학생들이 학원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는가 싶어 “학교 공부 이외에 따로 영어 수업을 받으러 가거나 집에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오는 학생은 손 들어 주세요”라고 다시 물었다. 역시 이번에도 손을 든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핀란드 헬싱키 시내 위라아스텐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TV로 영어 만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를 익히고 있다.

안나 선생님이 나섰다. 학생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학교 끝나면 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말해 보라고 했다. “친구랑 같이 스케이트 타러 다녀요.” “축구 클럽 활동 하는데요.” “합창단에 노래 부르러 갑니다.” “바이올린 연주와 발레를 해요.”

학교 수업과 숙제 이외에는 별도로 영어·수학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핀란드의 중학생들. 그런데도 이들의 학습 성취도는 전 세계의 찬탄과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큼 높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올 3월 미국이 교육분야에서 가장 배워야 할 나라로 핀란드를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중학생 대상 학습능력평가(2003년 기준)에서 읽기, 과학분야 1위 국가로 핀란드를 선정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도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국가 중 영어소통 능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 중 하나로 핀란드를 지목했다.
교민들도 핀란드 학생들의 영어 실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헬싱키 대학에서 공부하는 김영훈 박사는 “핀란드인 대부분은 고교만 나오면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번듯한 영어학원 하나 없는 핀란드가 영어 걱정 없는 국가를 만든 비결은 뭘까. 핀란드어가 영어와 가까워서일까. 아니다. 핀란드어는 전치사와 관사가 없는 등 영어와는 언어구조가 상당히 다르다. 유럽연합(EU) 국가 언어 중 영어와 가장 ‘촌수’가 먼 언어로 꼽힌다.

핀란드인 스스로가 밝히는 영어 성공 ‘비법’은 영어 방송이다. 안나 선생님은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방송을 많이 듣고 자라 영어에 익숙해져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는 영어로 된 TV 프로그램을 핀란드어 자막만 넣은 채 영어 그대로 방송하고 있다. 어떤 채널은 영어 만화방송을 자막도 없이 하루 종일 내 보낸다.

핀란드인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만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영어 발음과 언어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핀란드 영어 교육의 또 하나의 강점은 우수한 교사에 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핀란드의 국가적 성공을 이끈 최고의 비밀 병기는 잘 훈련된 선생님들”이라고 지적했다.

핀란드 교사들은 모두 석사학위 이상을 갖고 있다. 영어 선생님들은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중·고교의 영어 과목은 영어로 수업이 이뤄져, 학생들은 굳이 학교 밖에서 영어를 따로 배울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핀란드는 1998년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다닐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는 학부모들로부터 외면 받아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항상 연구해야 한다.

대신 교사들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한다. 핀란드 유바스키라대학 교육연구소 조니 발리자르비 이사는 “핀란드에서 교사는 변호사·의사와 같은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중에서 교사들의 급여가 가장 높다.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 교육에 대해 가장 각별한 투자를 하는 나라로 이름이 높다.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핀란드가 독립을 지켜나가며 살 수 있는 길은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적자원 양성밖에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은 2004년 11월 핀란드가 뛰어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작은 나라가 성공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분야가 교육”이라며 “핀란드는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내일과 모레의 성공을 위해 교육에 주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영어교육에서 성취를 거둔 핀란드는 이제 중국어 교육에 국가적 관심을 쏟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내년에 중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공립 중학교를 만든다. 핀란드는 사교육 없이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중국어 능통자들을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헬싱키|김용석기자 kimys@kyunghyang.com〉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so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