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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영어교재/읽기

번역, 이럴 땐 이렇게, 조원미 지음, 이다새(부키)

번역, 이럴 땐 이렇게 - 10점
조원미 지음/이다새(부키)

『번역, 이럴 땐 이렇게』는 일찍이 미국 9·11사태 때 한인 피해자들을 위한 통번역사로 활동하여 미국 적십자사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조원미 교수가 통번역사 20년, 번역 강의 10년 경험을 총정리 한 책이다. 번역사를 꿈꾸는 많은 이들, 그리고 영어를 쓰거나 읽는 일이 많은 직장인들을 위한 실제적인 번역 방법과 노하우를 담은 '번역 기본서'이자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어와 다른 한국어의 구조를 비교해 가며 어떤 때 직역을 하고 어떤 때 의역을 하면 좋은지, 영어의 부사, 형용사, 동사를 우리말로 옮길 때 겪는 어려움과 그 해결법은 무엇인지, 다의어, 속담, 관용 표현, 고유명사 등은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지, 콜론(:)이나 세미콜론(;), 대시(-) 등이 나올 때 그 앞뒤 문장은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다양한 예문과 용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 정치, 경제, 문학, 과학, 예술, 정보통신 등 다양의 분야의 영어 원문을 제시하고 비전문가의 번역과 전문가의 번역을 번갈아 보여 주면서 번역을 잘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꼼꼼히 짚어 준다.
책 사이사이에 있는 저자의 실제 통번역 경험이나 이런저런 이야기, '빵~ 터지는 punchline'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번역, 이럴 땐 이렇게

영어는 우리말의 구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배경이 되는 문화와 의식이 다르다. 그래서 번역을 하다 보면 영어식 주어, 서술어, 목적어, 수식어 문장 구조에서 비롯되는 문제, 직역과 의역의 문제, 다의어나 속담, 관용 표현 문제 등으로 다양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이럴 때 특히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영문 번역 사례와 함께 수정 번역을 제시하고 번역을 잘할 수 있는 팁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가령 영어와 다른 우리말 구조에 주의하면서 '동사를 번역'할 때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부연 설명을 했다.

[Ex 1] They left the store.
[번역사례] 그들은 가게를 떠났다.
[수정번역] 그들은 가게에서 나갔다.
leave는 '떠나다'의 의미이므로 '그들은 가게를 떠났다.'로 번역하기 쉽지만 우리가 쓰는 표현을 생각하면 '가게에서 나갔다.'가 어울리는 단어 조합입니다.

[Ex 3] The Congress killed the bill.
[번역사례] 의회가 법안을 죽였다.
[수정번역] 의회가 법안을 백지화시켰다.
kill이 가진 뜻을 가지고 그대로 번역을 할 것이 아니라 bill과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 번역합니다.
_본문 22-23쪽 중에서

그런가 하면 영어의 '부사+동사' 구조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부사를 서술어로 번역'해야 자연스럽다.

[Ex 2] She mistakenly believed that he was trustworthy.
[번역사례] 그녀는 잘못하게도 그가 진실하다고 믿었다.
[수정번역] 그 남자가 진실하다고 믿은 것이 그 여자의 실수다.
[Ex 3] North Korea successfully enriched Uranium.
[번역사례] 북한은 성공적으로 우라늄을 농축시켰다.
[수정번역] 북한은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_본문 30-31쪽 중에서

번역 후 원문에서 받은 어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될 경우, 즉 의미 전달이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에는 '원문과 다르게 긍정은 부정으로, 부정은 긍정으로 번역'해야 할 때도 있다.

[Ex 1] Wake up!
[번역사례] 깨어나!
[수정번역] 졸지 마! / 안 일어나!

[Ex 2] He is not subtle.
[번역사례] 그는 미묘하지 않아.
[수정번역] 막 들이대더라.
_본문 27쪽 중에서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흔히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직역과 의역'의 경계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면서 차이점을 설명한다.

[Ex 1] (After the interview) Interviewer: Thank you. / Interviewee: Thank you.
[직역] (면접을 마치고) 면접관: 감사합니다. / 지원자: 감사합니다.
[의역] (면접을 마치고) 면접관: 수고했습니다. / 지원자: 감사합니다.
_본문 36쪽 중에서

영어에서 흔히 쓰이는 period(.), comma(,), colon(:), semicolon(;), dash(-), parenthesis( ), bracket[ ] 등의 문장부호 번역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colon(:)은 앞부분에 대해 설명할 때 쓰는 것으로 적절한 접속사의 의미를 넣어 번역합니다.
[Ex 1] We decided not to go this week: we had too little time.
[번역] 이번 주말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2) semicolon(;)은 두 개의 문장이 의미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사용합니다.
[Ex ] Some people work best in the mornings; others do better in the evenings.
[번역]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있다.
_본문 33-34쪽 중에서

그 외에도 영한 번역 또는 통역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휘, 문법, 관련 배경지식 문제에 대해 다양한 용례와 함께 더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실전! 영어 번역 연습

이 책 1부가 '좋은 번역'을 위한 방법과 노하우를 알려 주고 있다면, 2부는 정치, 경제, 문학, 과학, 예술, 정보통신 등 6개 분야와 번역 관련 지문을 가지고 독자가 직접 번역을 해 보고, 그것을 번역 전문가인 저자가 한 번역과 비교하면서 관련 설명을 읽어 보게끔 되어 있다. 사실 이것은 저자가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번역 강의'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 온 것이다.
또 2부에는 '원문 활용법'이라 하여 저자가 콜롬비아 대학에서 TESOL 공부를 했을 때 알게 된 공부법이 적용되어 있다. 콜롬비아 대학 어학연수반은 하루 종일 같은 주제로 수업을 한다. 예컨대 첫 번째 타임에서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읽기 수업을 했다면 이후 진행되는 청취 수업, 말하기 수업, 쓰기 수업도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한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어휘에 숙달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방법을 번역 강의에 도입했고, 그것을 또한 이 책에 그대로 옮겨 왔다. 가만히 책을 읽기만 해도 실제로 번역 강의를 듣고 번역 연습을 하는 효과가 있다.
번역 강의는 다음과 같이 6 단계로 진행된다.
1. 각 분야의 원문을 직접 읽어 보고 번역을 한다.
2. 해당 원문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간단히 정리한다.
3. 번역 강의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자신이 한 번역과 저자가 한 번역을 비교하면서 저자의 설명을 듣는다.
4. 영어 원문을 다시 처음부터 읽어 보면서 번역 시 중요한 표현을 학습하고 관련 설명을 듣는다.
5. 해당 분야의 영어 원문 번역 시 주의해야 할 표현들을 짚어 본다.
6. 강의 내용을 총정리 한다.
또 각 분야별 번역 강의가 끝날 때마다 다음과 같은 '빵~ 터지는 punchline'을 추가해서 책 읽는 재미와 배우는 재미를 더했다.

A doctor says to his patient, "I have bad news and worse news." "Oh dear, what's the bad news?" asks the patient. The doctor replied "You only have 24 hours to live." "That's terrible," said the patient. "How can the news possibly be worse?" The doctor replies, "I've been trying to contact you since yesterday."
의사가 환자에게 말했습니다. "나쁜 소식과 더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아, 어쩌죠. 나쁜 소식부터 들을까요?" 환자가 불안해합니다.
의사는 "환자 분은 24시간밖에 살지 못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 것이 왔군요. 그런데 24시간 내로 죽는다는 것보다 더 나쁜 소식이 도대체 뭐가 있을까요?"
"어제 알려 드렸어야 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돼서요." 의사가 말끝을 흐렸습니다.
_본문 180쪽 중에서

이렇게 각 분야별 영어 원문을 가지고 번역 연습을 하다 보면 덤으로 관련 배경지식과 다양한 영어 표현력을 쌓을 수 있다.

번역에 관한 문답-"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다. 더 좋은 번역을 위해 글자 뒤에 숨어 있는 의미까지도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오역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문화 차이에 따른 번역 방법 등 테크닉에 관한 것은 물론 외래어나 고유명사의 정확한 표기를 위해 어떤 사전을 이용할지 등에 관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친다.
또 전문 번역사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어떤 자격시험을 치러야 하는지, 번역의 속도는 어느 정도여야 하고 번역료는 얼마나 받는지, 번역사의 전망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이 책에서는 부록으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그러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평소 통번역대학원 학생들에게서 받는 질문들 중 그 횟수가 가장 많고 보편적인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그에 대한 답을 한 것이다.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영어를 자주 접하는 일반인에게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Phillip McGraw의 책 제목인 The Self Matters: Companion에서 Companion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요?
A: companion은'동반자'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 그 뜻이 머릿속에 너무 굳어져서 우리는 다른 뜻이 있으리라고는 거의 생각을 못합니다. 거기서 바로 오역이 시작됩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단어에 제2, 제3의 뜻이 있기 때문에 영어를 정복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자신이 아는 뜻으로 문장의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바로 '검색'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 companion volume to~라는 표현은 '~의 자매판(자매편)'의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제목은 A companion volume to the best-selling The SelfMatters라고 썼으면 혼동되지 않았을 부분입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이와 같이 간단히 줄여서 쓰는 일이 많습니다.
_본문 246쪽 중에서

Q: 과제를 하다가 본문에서 WTU라는 단어가 나와서 네이버를 검색해 보니 Washington Theologian University라고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수업을 들어 보니 WTU는 '워싱턴 교사 연합'이네요.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약어는 도대체 어디서 검색하면 좋을까요? 약어만 모아 놓은 사이트나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www.acronymfinder.com에 가서 찾고자 하는 약어를 입력한 후 검색된 리스트에서 번역 원문 내용과 관련된 약어를 찾으면 됩니다.
_본문 259쪽 중에서

Q: 교수님께서는 번역을 할 때 정확한 의미 전달만큼이나 신속한 번역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번역을 할 때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게 적당한가요? 저는 너무 오래 걸리는 같아서 고민입니다.
A: 전문 번역사의 경우 하루 종일(생리적 시간을 빼고) 번역에 몰두하면 영한 번역은 폰트 12 크기로 A4 8장을, 한영 번역은 4장을 번역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마감 시간을 결정합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요.
_본문 259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