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투의 유혹 - 오경순 지음/이학사 |
우리가 흔히 쓰는 '간절기'라는 말은 일본식 표현을 오역한 것이다. 일본어에는 환절기에 해당하는 한 단어로 된 용어가 없다. 그래서 일본어 사전에는 간절기라는 단어가 없다. 대신 '절기의 사이'라고 표현한다. 일본어로 표기하면 '節氣の間'이다. 또는 '季節の變わり目'라고도 한다. 일본어를 번역하면서 무분별하게 오역한 것이 우리의 고유 단어를 밀어내고 마치 업계 전문용어인 양 대접받는 우리말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예이다.
"정말 힘들어요. 쿨비즈(Cool-Biz)한다고 하는데 넥타이만 풀고 다닐 수도 없고."
'쿨비즈 운동'이란 간편한 옷차림을 함으로써 실내 냉방 온도를 높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자는 취지의 운동인데, '쿨비즈'란 말은 영어 사전에도 없는 말로 일본식 축약법에 따라 일본인이 편리하게 만든 용어, 즉 일본식 변조 용어이다. 우리는 뜻도 잘 통하지 않는 쿨비즈란 용어를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와 쓰고 있는 것이다.
번역투의 홍수에서 탈출하기
위에서 말한 예들은 번역투의 홍수에 빠져 있는 우리의 언어생활 실태를 여지없이 드러내준다. 번역투란 문맥과 독자층을 고려하지 않고 판에 박은듯한 용어를 사용해 조건반사적으로 번역한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번역투는 문장의 가독성을 떨어뜨리며 더 나아가 오역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일본식 용어나 구문, 일본식 조어,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직역해놓은 듯한 일본어 번역투가 단지 번역문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번역문의 영향으로 우리의 언어생활 전반에 고루 침투되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번역투의 만연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번역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번역투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어 잔재가 짙은 일본어투 용어나 일본식 한자어는 쉬운 우리말과 우리식 한자어로 쓰고, 어색하고 생경한 번역투 표현은 되도록 자연스럽고 편안한 말로 써야 전달도 잘 되고 이해도 빠르며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이 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번역투를 접하다 보면 언어의 속성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우리말이 한자어 및 번역투에 밀려 점점 사라지게 되고 번역투가 습관적으로 고착화될 위험성 또한 크다. 따라서 우리는 번역투 문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쓰는 일본어 번역투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에 따른 예와 대안 번역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번역투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 연구의 첫 시도라 할 수 있다. 원문의 언어 효과와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번역을 위해서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소에 우리말을 정확하게 쓰고 올바르게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번역투와 가독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일본어 번역가 및 편집자뿐만 아니라 올바른 우리말 혹은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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