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영어 사전 -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
에티몰로지(어원학), 에포님(이름의 시조), 토포노미(지명유래연구), 오노마스틱스(고유명사연구), 네오로지즘(신조어)으로 풀어낸
영 어 어 원 사 전 의 결 정 판!
“이미 『미국사 산책』을 읽은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나는 그 책에서도 집요할 정도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영어 단어.숙어의 뿌리를 밝히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책은 그런 ‘뿌리찾기’만을 별도의 독립적인 작업으로 시도한 것이다. 나 스스로 멋쩍어 ‘이상한 관심’이라고 했지만, 실은 영어를 배우는 데 매우 실용적인 공부법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시사.상식.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데에도 이만큼 알차고 재미있는 방법이 없다.”
- 저자 머리말
네이티브 스피커도 잘 모르는 영어 어원,
그들도 작업하기 쉽지 않은 ‘영어 어원사전’이 한국인에 의해 태어나다
그간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내며 정치, 사회, 문화, 역사를 망라한, 전 방위적인 글쓰기를 해온 강준만이 드디어 ‘영어 어원사전’까지 출간했다. 네이티브 스피커도 잘 모르는 영어 어원을 토종 한국인이 86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어원사전으로 집필했다는 건 저자 특유의 호기심과 성실함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영어의 관용적 표현을 대하더라도 이게 왜 이런 뜻을 갖게 되었는지 그걸 꼭 알아야만 직성이 풀렸던” 못 말렸던 그의 버릇 덕택에 우리는 영어 어원에 관한 귀중한 책을 얻게 되었다.
이미 『미국사 산책』을 통해 영어 어원에 호기심을 보여 온 강준만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해서 나온 결과물인 이 책에서 토포노미(Toponomy: 지명유래연구), 오노마스틱스(Onomastics: 고유명사연구), 에티몰로지(Etymology: 어원학)뿐만 아니라 에포님(eponym: 이름의 시조,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만든 단어), 네오로지즘(neologism: 신조어)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심지어는 널리 쓰이는 슬랭(slang: 속어)과 상업적 브랜드 이름의 유래, 영어 단어와의 관련성이 높은 인문?사회과학적 개념의 유래도 빠짐없이 책에 챙겨 넣었다.
또 엄청난 자료광으로 유명한 강준만은 『교양영어사전』에서도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사용해 책의 정확성과 권위를 높였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산 관련 서적이 수백 권에 이르렀다고 고백한다.(5쪽) 그 수백 권이 넘는 관련 서적이 분문에 3000개가 넘는 주석으로 빼곡히 달려 있다. 책 뒤쪽에 실려 있는 일반 단행본 한 권에 육박하는 엄청난 부피의 주석을 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그처럼 방대한 분량의 영어 어원 이야기를 우린 한 권으로 만난다.
달달 외는 영어? No~ 흥미진진 재미로 배우는 영어
영어에서 자유로운 한국인이 어디 있을까? 토익과 토플 점수가 취업과 생존에 필수적인 스펙이 된 시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갓난아이 때부터 영어 교육을 받는 한국인에게 영어는 한 발자국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영어가 숙명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힘들고 억지로 영어를 배워야 한다면 그 숙명은 얼마나 가혹할까? 그래서 기왕 할 거라면 영어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 책 『교양영어사전』이 그에 대한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발간되었다.
501개 키워드로 구성되어 영어 단어?숙어의 뿌리를 밝히는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실은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영어가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Yankee’라는 단어를 배운다고 하자. 그 단어가 생기게 된 유래, 현재의 쓰임 등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 미국 남부 사람들한테 Yankee라고 하면 황당해한다는데?
“Yankee(미국 사람, 양키)는 초기의 뉴잉글랜드(New England) 이주자를 가리켰던 말이다. 원래는 17세기 후반 유럽에서 북아메리카로 온 Captain Yankee(캡틴 양키)라는 국적 불명 해적선의 선장 이름이었는데, 당시 영국인이 미국의 뉴잉글랜드 사람을 촌뜨기 취급하며 사용한 말이다. 당시에는 Yankee Doodle(양키 멍청이)이라고 불렀다. 영국인은 아예 <양키 두들>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미국인을 조롱했지만, 미국인은 독립전쟁 시에 그런 경멸조의 별명을 오히려 역전시켜 <양키 두들>을 행진가로 사용했다. 독립 이후 남북갈등이 심화되자 남부인은 ‘양키’라는 말을 촌뜨기나 저질 등의 뉘앙스를 담아 뉴잉글랜드인을 가리키는 데 사용했다. 특히 남북전쟁 때 남군은 북군을 양키라며 경멸했다. 그러니 외국인은 미국인이면 다 양키인 줄 알지만 남부인이 양키라는 말을 들으면 황당해하는 것이다.(736쪽)”
연습장이 시커메지도록 ‘빽빽이’만 하며 단어를 외웠다면, 분명 미국 남부인에게 ‘양키’라고 말하는 실례를 범했으리라. 이처럼 단어의 뿌리를 찾아가며 공부하는 방법은 ‘빨리빨리’만 추구하는 한국사회에서 답답하고 느린 방법이겠지만, 결국엔 가장 효과적인 영어 공부법이 될 것이다.
시사.상식.역사도 함께 한 손에 catch~
단어가 생기게 된 유래, 단어에 얽힌 사연 등을 찾아가다 보면 당연히 그 단어를 둘러싼 시사적 가치, 역사적 사건, 숨은 상식 등이 얽히고설켜서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러니 영어 단어를 배우면서 나도 모르게 교양을 쌓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류 브랜드로만 알고 있던 Banana Republic 같은 경우도 실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배경이 있는 단어라는 사실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의류 브랜드로 알려진 banana republic은 원래 부정적인 말이었다는데?
banana superpower는 “약소국처럼 행동하는 강대국”을 가리킨다. 바나나 등 과일 수출과 외자로 경제를 간신히 유지하면서 정치는 불안정한 독재 형태를 취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소국을 banana republic이라고 하는 걸 빗댄 말이다. banana republic은 미국 작가 윌리엄 시드니 포터가 1904년에 만든 말이다(포터의 필명은 O. Henry).
또 Banana Republic은 미국의 safari(사파리) 및 여행용 의류 브랜드로, 멜 지글러, 퍼트리샤 지글러 부부가 1978년에 창업했다. Banana Republic이란 이름을 택한 이유는 순전히 정글의 낭만 이미지를 풍기기 위한 것이었는데 순식간에 큰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원래 banana republic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묻히고 말았다. 1980년대의 여피들에게 이른바 adventurer look(탐험가 패션)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55~56쪽)
또한 해당 단어.숙어와 관련된 위인들의 명문장도 함께 싣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영어 문장력을 키움은 물론 위인들의 통찰을 독자들에게 소개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actor」 편을 보자.
미국 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는『정치와 연기술(On Politics and the Art of Acting, 2001)』에서 정치인은 actor(배우)와 다를 바 없는 직업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이 위선이나 기만을 저질러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In a democracy, given the need for compromise in every direction, the shortest distance between two points is often a crooked line, and so it is sadly inevitable that maintaining leadership requires the artifices of theatrical illusion(모든 방향에서 타협이 필요한 민주주의에서는 두 지점 사이의 가장 짧은 거리는 자주 꼬부라진 선이다. 마찬가지로 리더십이 연극적 환상을 위한 책략을 필요로 한다는 건 유감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16~17쪽)
그래서 이 책은 사실상 ‘영어 어원사전’이라기보다는 ‘영어로 보는 세상 이야기’이며 또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이지만 ‘공부’를 위한 ‘영어 책’이다. 교양과 영어를 동시에 잡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하기 바란다. 501개 키워드로 영어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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