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Language Learning
공동체 학습법이라고 불릴 수 있는 CLL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잘 실현시켜주는 학습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을 whole persons으로 보면서 교사는 counselor의 입장에서 학생들과 학습을 다루게 된다.
인상적인 학습형태를 몇 가지 짚어보면 수업시작 때에 간단한 소개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첫 수업말고 평상시 수업은 어떻게 시작할까 궁금했는데 책에서 보여주지 않아서 아쉬웠음) 앞으로 수업시간에 무엇을 어떤 식으로 배울지 미리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모국어의 해석과 함께 녹음기에 녹음하면서 진행하는 활동은 역동적이고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가끔 교사가 volunteers를 요구할 때 보통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아무도 대답하거나 참여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보이지만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교사가 모델이 되어서 시범을 보여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대화를 처음에는 듣고, 두 번째는 눈을 감고 듣고 마지막으로는 보통 우리가 ‘립싱크’라고 하는 것처럼 입만 열어서 작게 떠라 하게 되는데 이 세 번째의 활동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일단 방음시설이 잘 안된 학교나 학원에서 크게 말하지 않고도 대화연습을 훌륭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나지 않게 되므로 뒤쳐진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이 손을 들으면 앞으로 가서 지도해주는 것이 아니라 뒤에 서서 보조함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Human Computer였다. 교사가 직접 인간컴퓨터가 되어서 학생들의 개별학습을 돕고 교사중심이 아닌 학생의 욕구에 따라 학습이 이루어진 면이 색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활동에선 교사가 학생들에게 몇 분이 남았는지 중간중간에 이야기 해준다고 나와있다. 여기선 그 이유가 학생들이 좀 더 안전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시험시간에 교사가 ‘몇 분 남았다.’라고 하는 것 외에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의 남은 시간을 말하지 않는다. 그건 교사들이 신경 써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말해주어서 학생들에게 편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그 수업이 일단 지루하고 위험한 것일 수 있다는 가정이 내포될 수 도 있는 것이 아닐까? 본인이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자꾸 시계를 쳐다본다거나 남은 시간을 물어보면 그건 교사의 수업의 질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나무랐던 적이 있었다. 오히려 수업을 열심히 진행하다가 종이 치면 학생들이 아쉬워할 때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면서 만족해했던 기억이 있다. 남은 시간을 말해주면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겠지만 더욱 역동적이고 흥미 있는 수업을 통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수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조금 이상적이긴 하지만……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것도 조금 비슷한 것일 수 있는데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업 활동에 대한 feedback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교사 평가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일단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교사나 수업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미흡하고 또 일정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또한 수업시간에 다른 급우들과 함께 있으면서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한국적인, 혹은 유교적인 사상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활동이 재미있었다고 좋았다고 말을 하는 것도 교사가 100% 믿고 그 수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본인이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도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활동은 게임이었다. 물론 게임이 의미 없는 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학생들이 원한다고 해서 계속 그런 식의 수업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학기가 끝난 후에 개인적으로 학급별 feedback을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익명으로 쓰게 하였더니 너무 근거 없는 심한 말을 쓰거나 활동의 이면에 감추어진 교육철학이나 교사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면을 가지고 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다. 물론 교사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없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feedback을 받는 부분에서는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